내 땅인데도 맘대로 타인 차량 못빼는 상황은 생각보다 흔하다
남의 차량을 함부로 견인이나 자구책 쓰면 재물손괴죄에 해당하고, 트집을 잡혀 수리까지 해줘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단주차는 이웃간 갈등으로 번지기 일쑤다.
과거 한 건물주가 공사 중인 건물의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차량을 비계(건축공사 때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임시가설물)로 가둬버린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이 상황을 법적으로 따져보면 어떻게 될까.
한때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건물 무단 주차의 최후’라는 제목으로 비계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차량을 촬영한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속 카니발 차량은 공사 중인 건물과 함께 그대로 비계 안에 갇혀 있었다.
글쓴이는 차량 주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아들과 함께 차량을 이용하러 나왔다 이 모습을 보고 황당해하며 자리를 떴다고 전했다. 사진 속 차량의 앞 유리에는 경고 딱지가 세 장이나 붙어 있다.
또한 공사 중인 해당 건물에는 '무단주차 차량은 빨리 차량을 이동하세요'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현수막에는 무단주차에 대해 '공사지연으로 민형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경고 메시지가 담겨 있다.
여러 조치에도 무단주차를 하자 분노한 건물주가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 내 땅인데도 맘대로 타인 차 못뺀다?
네이버법률 등에 따르면 토지 소유자가 억울할 수 있지만, 현행법상 사유지에 무단주차된 차는 강제견인을 하기가 어렵다. 사유지는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므로 행정기관이 견인 등의 조치를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구청에 무단방치차량으로 신고할 수는 있다. 그러나 방치차량으로 인정되려면 사유지에 차가 한 달 이상 주차돼 있어야 한다. 차주의 연락처가 적혀 있거나 인근에 소유주가 거주하는 경우에는 애초에 신고가 접수되지 않을 수 있다.
신고가 들어가 담당공무원이 주차 차량에 경고장을 부착한다고 해도 견인까지는 최소 3주를 기다려야 한다. 당장 공사를 해야 하는 건물주 입장에선 속 터지는 일이다.
그렇다고 사설 업체를 불러 무단주차 차량을 견인하거나 바퀴에 락을 걸어놓는 등 자구책을 썼다간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 십상이다.
위 사례처럼 불법주차 차량을 일시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어도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
무단주차 차량 앞뒤를 자신의 굴삭기와 콘크리트 구조물로 막아 차량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굴삭기 운전자에게 지난달 대법원에서 유죄(벌금형)가 확정된 바 있다.
◆ 합법적으로 차 빼려면 소송 불사해야
이 상황에서 건물주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차량 소유자에게 토지 무단 사용에 따른 부당이득을 반환하는 민사소송을 거는 것이다.
남의 땅에 허락없이 주차를 해 주차비를 아끼고 있으니 법리적으로는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 된다.
그러나 주차비 액수가 소송에 따른 금전적, 정신적 비용보다는 훨씬 적어 실익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또는 현수막에 쓴 것처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고소할 수도 있다.
다만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차량 소유자가 자신의 행동이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다는 인식과 고의가 있어야 한다.
위 사례는 건물주가 여러차례 차를 빼달라고 요청했음에도, 무시하고 계속 차를 대놨으니 의도적으로 공사 업무를 방해한 것이 인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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